내 수능은 오늘이 아닌 어제 끝이났다. 장문

by ㅇㅇ posted Feb 19, 20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는 네살 위 누나가 있다.부모님은 둘다 죽었다.이 얼마나 흔하고 뻔한 스토리인가?그런데 주인공이 왜 하필 나여야 하는가?엄마는 내가 돌지나기 전에 아빠는 6년전 중학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엄마는 나를 낳고 3개월도 안되서뇌하수체 선종을 선고받아 제거술을 받았지만의료사고가 나서 지주막하 출혈? 뇌탈출? 로 엄마의 얄팍한 생명줄이 끊어졌다고 한다.아빠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었다.평택 삼성에서 배관? 설비 노가다를 하던 아빠는 작업도중 갑작스럽게 가슴을 쥐어뜯다가 개씨발후려죽일놈에 선 사내신고랍시고 119에 1시간 40분이나 늦게 신고한 동료작업자들에 어쩔줄 몰라하던 눈빛을 받으며 눈을 감았다.아빠는 죽기전에 무슨생각을 했을까? 6년이 지난 아직도 궁금하다.정말 내가 생각해도 영화로 친다면 3류 아류작으로 욕먹을만한 스토리다.근데 현실이 영화보다 무섭다는걸 나는 고작 14살 나이에 깨달았다.장례식도 못치뤘다. 집에있는 손때 묻은 전화기에는 아빠가 있던 협력사 관리자들과 진실을 캐내겠다던 기자들, 아빠와 알고지냈던 친구, 동생, 동료들의 전화로 쉴틈이 없었다.눈물? 웃음이 나오더라.내가 싸이코패스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봤던 계기가 되었다.아빠의 죽음으로 받은 산재보상으로 나와 누나 둘이 연명하며 살았다.각자 방하나씩은 쓰자며 무리하게 웃던 아빠의 쓰리룸은허구헌날 물만틀면 녹물 나오는 원룸으로 바뀌어졌고한푼이 아쉬워 아빠의 유골함은 로얄층에서 1층 로비로 바뀌었고고작 18살이던 누나에게 허리띠를 졸라매게했다.누나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를 뒷바라지 해줬다.취업은 자기 스펙으론 돈이 안된다며 정말 궂은 아르바이트만 골라하고 집에 오면 폰몇분 만지다 바로 잠드는게 일상이였던 누나였다.누나는 웹툰을 좋아했다. 정말 좋아했다.인생에서 두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나이고 하나는 웹툰이라더라.그러려니 했다. 만화가 좋은가보지 넘어갔다.언제, 문득 궁금해져서 누나에게 물어봤다.누나는 웹툰이 왜 그리 좋냐고, 취미생활 다른것도 있지 않냐고.그때 누나에 말한마디가 내 명치를 마구 짓누르는것같았다.물어보질 말걸 그랬다 왜?돈이 안든다더라.어쩌면 나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모르고 싶었던것인가? 잘 모르겠다.문득 누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애진작에 놓았던 펜을 다시 잡았다.공부, 정말 어렵더라.공부를 접어 문과로 들어가있던 반에서 3모를 보니 성적을 처참했다.누나한테 성적표를 보여줬더니 싱긋 웃으며 놀리더라 승부욕이 생겼다.돈이 없는걸떠나 공부를 뭐로 해야하는지 방향성 잡기가 진짜 힘들더라.반에있던 친구들과 문학 선생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누나가 대성패스도 사줬는데 차마 교재살돈까지 달라하기 미안해서친구들이 갖고있는 교재로만 신청해서 들었다.누나는 패스만사면 다되는줄 알았었나보다.6모를 보았다.성적은 그대로 처참했다.국수영탐 65553누나에게 보여줬더니 이번엔 울더라.성적이 처참해서 우는건지 알아서 잠시 부끄러워졌는데누나가 기특하다고 해줬다.뭔가 가슴속에서 끓어 오르더라친구들 따라다니며 질문하고 검색해보고 머리를 쥐어뜯고비굴하게 빌려다니고 선생님들과 붙어다니며 본 9모성적국수영탐 43532영어 어렵더라 어떻게 하는거냐 너희는? 탐구는 비교적 올리기 쉽더라누나?또 울었다.나보고 할수있을거다 라고 같은 얘기를 수십번을 얘기해줬다.아침인사가 할수있다로 바뀌었다.엊그제도 들었다.비몽사몽하며 내가 씻는소리에 잠이 깨잠긴 목소리로 할수있다고 배웅해주던 누나.그 누나가 어제 죽었다.육교를 건너다 내려가는 계단에 헛디뎌서 몇바퀴를 구르고 정수리부터 보도블럭에 박았다고 한다.누나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응원이라도 해주려나 독서실에서 잠시 나가 받았다.뛰었다.응급실에서 누나를 보았다.머리 왼쪽 윗부분이 그냥 뭉개져있고 왼쪽눈은 흰자 검은자가 뭐였냐는듯이 물어보듯이 진한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웃음이 나왔다. 입꼬리부터 올라가더라정말 19년 살며 이렇게 웃어본적이 없다.또 나구나누가 미치도록 슬프면 눈물이 나온다 했는가?웹툰인가? 소설인가? 드라마인가? 아님 누가 비참한 나를 아직 바닥이 아니라며 몰래카메라를 하는것인가?이 3류 아류작 스토리의 주인공은 또 나인가?왜 나였어야 하는가?왜 나한테만 이러는것인가?정말 나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우리 누나, 사랑스러웠던 내 엄마이자 아빠였던 내 누나가 어제 이세상에서 잊혀지는 길을 선택 당했다.집에와서 누웠다.침대도 없어 바닥에 두꺼운 이불을 깔고 자던 내 보금자리에 누웠다.옆 이불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왜 없지?왜 없지?왜없지눈을 감아야했다.잠이들고 일어나니 오늘 오후 다섯시, 내가 그토록 준비하던 수능이 끝나있을 시간이였다.목이 말랐다.뜬눈으로 꺼져있는 형광등을 몇시간째 바라보았는지 모른다.갑자기 무작정 글, 글을 써야겠다 하고 충전도 안되있던 폰을 킨게 지금 이모양이다.그런데분명 나는 과도를 산적이 없다.과일은 커녕 이 허름한 원룸 안에서 라면 말고 먹은게 없다.젓가락도 없어 손에 꼽는 편의점 갈 기회에 일회용 나무젓가락들을 품에 쑤셔넣고 살았다.글을 쓰며 불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핸드폰 옆으로 아슬하게 얼핏 보이는, 햇빛마냥 밝게 빛을 내고있는 저 칼은 대체 무엇인가?출처가 궁금해졌다 아니 뭐지?아니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당장 갑자기 확신이 들었다.저것이 곧 다가올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빌며 글을 마무리 한다.

762740_0.jpg


Articles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