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작) 재종마녀썰-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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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직 N수생이다.
N수 시절 이해할수 없었던 미스테리가 있었다.
고3 첫수능, 언어영역 종이 울림과 동시에 나는 이미 직감했지만
기차타고 좆잡대에 가야 하는 현실을 부정했다.
당시 나의 눈에는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좆잡대로 보였다.
수능을 보고온 저녁, 잘봤냐는 부모님의 물음에 답을했다.
"응 재수야"
우리부모님은 재수까지는 관대현 편이셨다.
덕분에 별다른 문제없이 신용카드를 받아낼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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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적으론 힘들겠는데요? "
이날 처음 알았다.
대학뿐만 아니라 재수종합반도 성적이 낮으면 받아주지 않는다는걸.
"당신 대학이?" 라고 묻고싶었지만
"그래도 제가 들어갈수 있는 반은 없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돈을 준다는데도 나가란다.
"서울대미만잡."
발길을 돌리며 재빨리 주문을 외웠다.
때마침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야 나 낼부터 재종간다. 넌 거기 등록했냐?"
서울대병에 걸려 수능을 치기도 전부터 재종반을 알아보던 친구 '이과황' 이었다.
과황이 덕분에 나도 무사히 재수종합반에 등록할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재수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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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종합반 개강 첫날.
고등학교 교실보다 작은 교실에는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패배감과 정적이 동시에 흐르던 그곳에는 내가 앉아있었고
옆반에는 이런 분위기를 원했다며 감탄하던 과황이가 앉아있었다.
자신있었다.
못 할 이유가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삼수생 오수생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무척이나 오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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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지쟈스.....ㅡㅡ "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성적표를 들고있던 엄마의 외침이었다.
"같은걸 1년 더했는데 점수가 내려갔네 ㅉㅉ"
조금더 논리적인 아빠였다.
"긴말 필요없고. 한번 더 갑니다. "
전혀 개의치 않는 다는 표정의 나였다.
언어영역 시작종과 동시에 느꼈던 3수의 기운이었기에
더이상 망설일 이유도
변명할 이유도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고
예상한 결과였다.
부모님은 토끼눈을 하고 나를 처다 보았다.
- 다음해 1월 -
외가와 친가에서는 두번의 청문회가 열렸다.
나의 3수 선언문이 발표됨과 동시에
여기 저기선 비난이 쏟아졌고
나는 그 중심에 서있었다.
큰아버지는 그만큼 했으면 됐으니 이제 그만 그냥 대학에 가라고 하셨다.
묵묵히 듣고 있던 나는 입을 열었다.
"그님대?"
모두가 토끼눈을 하고 나를 처다 보았다.
그렇게 청문회는 끝이났다.
은비와의 연락도 끝이 났다.
모든것이 끝이 났다.
끝이다.
정상적인 새끼는 아닌거 같다던 아버지는 그래도 수고했다며 용돈을 넉넉하게 주셨고
마지막으로 나는 과황이와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가는 내내 유리의 근황에 대해 묻던 과황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작년 여름,
물장난을 치던 은비
불쌍한 표정으로 사이다를 홀짝이던 유리
파도를 보며 포물선 드립을 치던 오수형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야 니네반 검고... 그... 하여튼 걔 어떻게 됐냐?"
"유리? 이제 한살 더먹어서 그냥 재수야"
"걔 또한데?"
"서울대미만잡"
"ㅇㄱㄹㅇ 의대미만잡"
지나가던 아저씨가 이상한 눈으로 처다봤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미리 예약해둔 곳에 짐을 풀고 과황이와 맥주를 마셨다.
가끔 술을 마시다보면 정적이 흐를때가 있다.
방금전까지 신나서 웃던 사람들이 모두가 조용해지고 갑작스레 정적이 흐를때가 있다.
그때가 그랬다.
이유를 알수 없는 정적은 과황이의 물음으로 깨졌다.
"야 근데 우리 왜 망한거냐?"
망한 이유가 너무 많아서 였을까?
아님 몰라서 였을까.
쉽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1년을 똑같은걸 배웠는데 너랑 나 둘다 점수가 내려가는게 말이되냐?"
"책을 아예 안본것도 아닌데 병신이 아닌이상 전년도 점수는 나와야 되는거 아니냐?"
과황이도 가끔은 맞는 말을 했다.
정말 그랬다.
실수였다고 둘러댔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실수가 아니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풀었는데
점수는 내려갔다.
1년간 똑같은걸 공부했는데 작년 점수 유지도 하지 못했다.
1,2점 차이라면 운으로 치부해 버릴수도 있었겠지만
등급으로만 봐도 확실히 내려갔다.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재종반에 다니던 대부분이 전년도 점수도 유지하지 못했다.
극히 일부만이 전년도 점수를 유지했고
1점이라도 상승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학의 레벨을 바꿀만큼의 점수상승을 이뤄낸 사람은 학원 전체를 통틀어도 찾기 쉽지 않았다.
밤새도록 과황이와 망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어이없게도 재종반 시스템이 병신이라는 결론을 끝으로 잠이 들었다.
대부분이 점수상승은 커녕 전년도 점수 유지도 못했다는 그럴사한 근거도 있었기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땐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이 미스테리를 풀게된건
N수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다니며 과외를 하다 나와 무척이나 닮은 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였다.
그렇게 우리는 집에가는 열차에 올라탔고
열차는 비극이란 이름의 철로를 따라 3수의 시작을 알렸다.
재종마녀썰 - 외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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