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가기 전에 엄마랑 대판 싸우다가 투덜거리면서 학원에 왔음 고1 때인데 명문고였고 그때 사춘기 때문인지 어떤 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격이 극소심해짐 중학교 때는 나름 인간 관계 좋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명문고 와서 아는 애들 하나도 없고 성적도 잘 안 나오니 자존심은 쭉쭉 떨어지던 상태임 그 날도 이런 날이 계속되다 언젠가 나도 자살로 마무리할라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학원 수업을 들었음 쉬는 시간이 되고 잠깐 눈 붙이고 앉아 있었음 근데 옆 강의실 수업 끝나고 학생들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때 어떤 여자애가 "수붕!" 하고 부르길래 화들짝 놀라서 봤더니 같은 중학교 나온 여자애임 고등학교 와서 남녀분반이라 아는 여자도 없고 여자랑 말할 일도 없는데 오랜만에 여자가 나한테 먼저 말 걸어 주니까 엄청 기분이 좋았음 중학교 때 같은 반인 적은 없는데 친구의 친구라서 걍 알고 지내던 사이임 근데 이때 난 웃으면서 안녕이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지 않고 바보 같이 눈물을 흘려버림 중학교 때 활발했던 시기를 그리워하면서 반에서 조용한 아이로 몇 개월을 지내왔고 나한테 말 걸어주는 이 하나 없었는데 그 애가 그것도 여자애가 나한테 말을 건다는 게 당시에는 너무 행복하고도 슬펐음 지금 생각해도 그 눈물은 좋아서 흘린 건지 슬퍼서 흘린 건지 잘 모르겠다 여튼 눈물 보이니까 그 여자애가 잠깐 멈칫하더니 밖으로 부르더라 여자랑 단 둘이 서는 거 너무 오랜만이라 뻘쭘하면서 두 손 공손히 모으고 같이 학원 앞길 같이 걸었다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여자애 말에 대답만 했다 학교는 어디냐는 둥 남자애가 왜 우냐는 둥... 난 그때 감정에 복받쳐서 그 여자애한테 내가 자살할 생각이었는데 너가 인사해주는 거 보고 좀 더 살아가기로 했다고 조금 과장해서 그 여자애한테 말했다 내 목소리가 좀 굵은 편인데 울먹이면서 코맹맹이 소리로 말하니까 약간 짐승 같이 들리기도 했을 듯 근데 여자애가 아무 말 없이 있더니 꼭 안아줬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엄청 당황했는데 이내 걔한테 꼭 안겨서 엉엉 울었다 그날 날씨, 걔랑 건너편에 지나가던 사람들 옷차림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그렇게 학원 쉬는 시간이 다 끝나간다는 걱정도 잊은 채 다 울고 나서 걔랑 길가에 놓인 바위에 둘이 앉아서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한 10분 넘게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려지고 나니까 걔한테 좀 미안하더라... 괜히 시간 뺏은 것 같은데 걔는 나 때문에 말 못하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그래서 난 수업해야 되니까 정말 고마웠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먼저 가보겠다고 함 여자애도 손 흔들면서 인사 해주더라 수업 하면서 주머니에 손 넣어보니까 뭔가 손에 잡히더라 그 츄파춥스 막대사탕이었음... 색깔도 기억남 초록색이랑 노란색 섞인 거 아마 걔가 몰래 넣어준 것 같음 그때도 눈물 날 뻔했는데 수업 중에 울면 뻘쭘하니까 하품하는 척 애써 참았다 여튼 그 날 이후로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고 고2 때부터는 새 친구들도 사귀고 아직까지도 그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 제금 인간관계도 난 만족하고 있고 그 여자애랑은 그 날 이후로 학원에서 가끔 만날 뿐 별 연락 없었는데 아마 그 여자애도 잘 살고 있을 거다 자기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모른 채 살고 있겠지 서로 전화번호는 있지만 딱히 연락하고 있지는 않음 얼핏 듣기로는 경제학과 들어갔다던데 대학도 나름 인지도 있고 좋은 곳임 남친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서로 연락 안 하는게 서로 좋은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엄마 집 들렀다가 마트 가는데 여자애랑 같이 앉아있던 바위 보니까 그 날도 생각나고 좋더라 사람은 살다 보면 이런 인연 한 번쯤은 있나봐 나에게도 있을까 싶었지만 결국에는 있었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줬어 수붕이들도 언젠가 이런 인연이 꼭 찾아올 거니까 너무 낙심하지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주면 좋겠어 화이팅!!
학원 가기 전에 엄마랑 대판 싸우다가 투덜거리면서 학원에 왔음
고1 때인데 명문고였고 그때 사춘기 때문인지 어떤 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격이 극소심해짐
중학교 때는 나름 인간 관계 좋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명문고 와서 아는 애들 하나도 없고 성적도 잘 안 나오니 자존심은 쭉쭉 떨어지던 상태임
그 날도 이런 날이 계속되다 언젠가 나도 자살로 마무리할라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학원 수업을 들었음
쉬는 시간이 되고 잠깐 눈 붙이고 앉아 있었음
근데 옆 강의실 수업 끝나고 학생들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때 어떤 여자애가 "수붕!" 하고 부르길래 화들짝 놀라서 봤더니 같은 중학교 나온 여자애임
고등학교 와서 남녀분반이라 아는 여자도 없고 여자랑 말할 일도 없는데 오랜만에 여자가 나한테 먼저 말 걸어 주니까 엄청 기분이 좋았음
중학교 때 같은 반인 적은 없는데 친구의 친구라서 걍 알고 지내던 사이임
근데 이때 난 웃으면서 안녕이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지 않고 바보 같이 눈물을 흘려버림
중학교 때 활발했던 시기를 그리워하면서 반에서 조용한 아이로 몇 개월을 지내왔고 나한테 말 걸어주는 이 하나 없었는데
그 애가 그것도 여자애가 나한테 말을 건다는 게 당시에는 너무 행복하고도 슬펐음
지금 생각해도 그 눈물은 좋아서 흘린 건지 슬퍼서 흘린 건지 잘 모르겠다
여튼 눈물 보이니까 그 여자애가 잠깐 멈칫하더니 밖으로 부르더라
여자랑 단 둘이 서는 거 너무 오랜만이라 뻘쭘하면서 두 손 공손히 모으고 같이 학원 앞길 같이 걸었다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여자애 말에 대답만 했다
학교는 어디냐는 둥 남자애가 왜 우냐는 둥...
난 그때 감정에 복받쳐서 그 여자애한테 내가 자살할 생각이었는데 너가 인사해주는 거 보고 좀 더 살아가기로 했다고 조금 과장해서 그 여자애한테 말했다
내 목소리가 좀 굵은 편인데 울먹이면서 코맹맹이 소리로 말하니까 약간 짐승 같이 들리기도 했을 듯
근데 여자애가 아무 말 없이 있더니 꼭 안아줬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엄청 당황했는데 이내 걔한테 꼭 안겨서 엉엉 울었다
그날 날씨, 걔랑 건너편에 지나가던 사람들 옷차림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그렇게 학원 쉬는 시간이 다 끝나간다는 걱정도 잊은 채 다 울고 나서 걔랑 길가에 놓인 바위에 둘이 앉아서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한 10분 넘게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려지고 나니까 걔한테 좀 미안하더라...
괜히 시간 뺏은 것 같은데 걔는 나 때문에 말 못하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그래서 난 수업해야 되니까 정말 고마웠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먼저 가보겠다고 함
여자애도 손 흔들면서 인사 해주더라
수업 하면서 주머니에 손 넣어보니까 뭔가 손에 잡히더라
그 츄파춥스 막대사탕이었음...
색깔도 기억남 초록색이랑 노란색 섞인 거
아마 걔가 몰래 넣어준 것 같음
그때도 눈물 날 뻔했는데 수업 중에 울면 뻘쭘하니까 하품하는 척 애써 참았다
여튼 그 날 이후로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고 고2 때부터는 새 친구들도 사귀고 아직까지도 그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
제금 인간관계도 난 만족하고 있고
그 여자애랑은 그 날 이후로 학원에서 가끔 만날 뿐 별 연락 없었는데
아마 그 여자애도 잘 살고 있을 거다
자기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모른 채 살고 있겠지
서로 전화번호는 있지만 딱히 연락하고 있지는 않음
얼핏 듣기로는 경제학과 들어갔다던데 대학도 나름 인지도 있고 좋은 곳임
남친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서로 연락 안 하는게 서로 좋은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엄마 집 들렀다가 마트 가는데 여자애랑 같이 앉아있던 바위 보니까 그 날도 생각나고 좋더라
사람은 살다 보면 이런 인연 한 번쯤은 있나봐
나에게도 있을까 싶었지만 결국에는 있었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줬어
수붕이들도 언젠가 이런 인연이 꼭 찾아올 거니까 너무 낙심하지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주면 좋겠어
화이팅!!